이 책은 흩어진 난민을 찾아 나선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출발점은 태국 국경지대 카렌족 난민촌이었다. 본토를 떠난 난민들은 마치 엔진을 갖추듯이 몸속에 이동성을 장착하여 거친 환경을 헤쳐 나갔다. 그것은 세상의 끝자락에서 생존하려는 자들의 몸부림이었다. 그 흔적이 이어지고 쌓여서 네트워크가 되었고, 그것을 통해 사람과 물건과 정보가 오갔다. 이 책은 제3국 재청착 제도를 통해 한국, 일본, 호주, 노르웨이, 스웨덴, 미국 등에 재정착한 카렌족 난민들 삶의 현장에 들어가서 이들이 낯선 정치 지형에서 벌여나가는 분투를 드러낸다. 그리하여 이들이 수용국의 일국 중심 통합 기획을 딛고 넘어서 호혜성에 바탕을 둔 초국주의를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들은 국가 안에 살면서도 국가 밖을 상상하고, 욕망하고, 이동했다. 그 모든 실천은 세계의 끝이자 시작인 곳, 영원한 임시 공간, 난민촌으로 향했다. 이 책은 이 역설적인 여정에 독자들을 초대하며 집 떠난 자들의 몸부림 흔적들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 저자소개 >  

이상국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동남아지역연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서 인류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난민, 이주, 국경, 초국주의, 스포츠인류학에 관심을 두고서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Beyond Bare Lives: A Study of a Border Social System in a Southeast Asian Frontier(2023),『아세안 주요국의 난민지원정책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공저, 2023), 『인류학자들, 동남아를 말하다: 호혜성, 공공성, 공동체의 인류학』(공저, 2020) 등이 있고, 번역서로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 국가의 지리체 역사』(2019),『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동남아 산악지대 아나키즘의 역사』(2015)가 있다. 

< 목차 >

머리말 

1장 초국적 여정, 초국적 공동체

난민 덕분에 세계를 여행하다

상상의 경계를 묻다 

초국적 네트워크, 초국적 몸 

국가, 재정착 난민, 또 다른 경로의 통합 

책의 구성

2장 종족에서 민족으로, 민족에서 초국적 공동체로 카렌족 공동체의 역사적 전개

역사 속 등장 

식민 통치와 신화의 성취 그리고 민족주의 운동

네트워크 공동체의 등장 39 글로벌 네트워크

지각운동하는 공동체

3장 초국가성, 고유성, 난민성:  한국 카렌족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

우리 안의 난민

한국 속으로: 비슷한 길

갈라지는 길목

같지 않은 길과 한국의 재정착 난민 제도

초국적 길

울퉁불퉁한 길: 국가의 통제와 혼종성 

재정착 난민의 분투와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 

내를 건너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4장 국가, 종족 공동체, 그리고 재정착 난민 제도: 일본 카렌족의 분투와 연대

이웃 국가의 난민

재정착 난민 제도를 둘러싼 국가와 종족 공동체 사이의 경합 

일본의 재정착 난민 제도와 그 효과

카렌족 공동체의 개입 

종족 공동체를 딛고서 초국적 연대의 길로

5장 또 다른 경로의 통합: 호주 카렌족의 통합 전략과 공동체 

늘 곁에 있던 호주

통합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국가의 시선, 난민(공동체)의 시선

호주의 난민 정책: 규제와 관리의 통합지원

호주를 욕망하기: 초국적 출구 전략 

호주에서 살아가기: 시행착오의 통합 과정

종족에서 공동체 역할: 사회적 연계와 정당성 확보 전략

6장 노동과 노르웨이를 넘어서: 노르웨이 카렌족의 통합과 초국적 모빌리티

북유럽까지 가보다 

통합, 복지국가, 그리고 모빌리티

노동시장 참여 중심의 노르웨이 난민 통합 정책의 발전

노동 참여 압박 속에서 받는 ‘은혜’: 복지국가 안에서 살아가기

초국적 네트워크와 모빌리티

노르웨이를 넘어서

7장 카렌-코리안-아메리칸: 미국 카렌족의  삼각 초국주의 실천

엘루뇨를 미국에서 다시 만나다 

친절한 미국? 

기억과 초국적 연대 

카렌족 난민의 수용과 초기 정착

공동체, 기억, 연계: 또 다른 경로의 적응과 자아 구성

교육 영역에서 실천하는 삼각 연계: 미네소타 세종아카데미 사례

인종질서의 틈새에서 자라나는 소수자-소수자 연대